영국을 시작으로 중동, 아시아 중남미까지.
서른 개 넘는 나라가 속속 코로나 19 백신을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국력이나 방역수준이 높다고 백신도 먼저 확보하는 건 아닌데요.
지도력의 척도가 되고 있는 백신.
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던 우리와 달리 싱가포르는 2월만 해도 방역 모범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만이 화를 불렀습니다.
무리하게 등교 개학을 단행했다가 이주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으로 하루에 수천 명씩 확진자가 쏟아졌습니다.
[수존 / 싱가포르 이주노동자(지난 4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방에서 잡니다. 감염자도 샤워실을 같이 쓸 수 있어요."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총리는 TV 앞에 직접 나와 강력한 방역 지침을 알렸고, 3종의 백신을 확보해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리셴룽 / 싱가포르 총리(지난 14일)]
"이제 이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뉴질랜드는 최근 석달간 코로나19 사망자가 25명에 불과할 정도로 방역 선진국으로 꼽힙니다.
올해 마흔 살의 여성 총리는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면서도 공식 기자회견은 물론, 자택에서도 SNS 브리핑을 하며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최근엔 인구의 3배나 되는 백신을 확보해 주위에 나눠주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저신다 아던 / 뉴질랜드 총리(지난 16일)]
"전국민에게 접종 가능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고 주변 태평양 국가의 요청이 있다면 역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쟁 속에선 온 국민이 똘똘 뭉치듯 전염병 대유행 초기 세계 지도자들의 지지율은 평균 14%포인트 올랐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손바닥 크기의 마스크를 고집하다 전 국민의 조롱 대상이 됐고,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지난 4월)]
"(면 마스크를) 전국 5천만 세대, 한 가구당 2장씩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마스크를 고집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지난 5월)]
"(마스크 착용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상황에 따라 달렸습니다."
중국은 석달 전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발생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공적이 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지난 9월)]
"중국의 방역투쟁은 중국의 정신, 중국의 힘, 중국의 책임감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각국은 백신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보다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한 나라는 32개 국.
[보리스 존슨 / 영국 총리(지난 20일)]
"백신접종 진행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 캐나다 총리(지난 24일)]
"다음달 31일까지 최소한 120만 접종 분량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게 됩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백신 맞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애씁니다.
간호사: 셋까지 셀까요?
바이든 당선인: 괜찮아요, 준비되면 언제든 놓으세요.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상징됐던 지난 1년.
다가오는 2021년은 백신을 갖는냐, 못 갖느냐에 각국의 명운이 달렸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입니다.
mettymom@donga.com
영상편집: 강 민